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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중국기업탐구] 알리바바(6)의 디지털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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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디지털 G1을 목표로 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지털 실크로드이다. 20169월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일약 스타가 된 기업인이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의 모회사 알리바바를 이끌고 있는 마윈 회장이다. 원래 항저우에서 태어나 자랐고 마윈이 창업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본사도 항저우에 있기 때문에 항저우에서는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가 아날로그의 실크로드라면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주창한 eWTP(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 : 전자 세계무역 플랫폼)는 세계무역기구 WTO에 대비되는 용어이다. eWTP는 최소한의 관세, 신속한 통관, 최첨단 물류 서비스를 지원하며, 중소기업 및 신생 기업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자세계무역 플랫폼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태국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실크로드가 옛날 중국이 유럽, 아프리카까지 무역하던 육로와 해로였던 실크로드를 부활시키자는 것이라면, 인터넷 실크로드는 말 그대로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서로 무역하는 실크로드를 말한다. 이제까지 아날로그 무역이 WTO 체제하에서 이뤄졌다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늘어날 인터넷 무역, 즉 인터넷상의 직구(수입)와 역직구(수출)에는 eWTP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마윈이 주창하였다.

 

 

이러한 마윈의 아이디어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항저우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였다. 당시 G20 회의 때 마윈은 B20이라는 비즈니스 20개국 리더 회의의 한 부문장을 맡았다. 거기서 그가 제안한 인터넷 실크로드라는 내용이 G20 정상 공동선언문에 반영되면서, 마윈이라는 기업인이 정치 외교의 장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마윈은 지금까지는 국가 간 무역이 세계화를 통해 확대되었지만 세계화로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주로 이익을 많이 얻게 되면서 승자 독식과 세계적 차원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창한 인터넷 실크로드를 통한 세계화로 무역을 늘리면 세계 곳곳에 네트워크와 유통망이 없는 중소 벤처기업들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무역 거래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세계화와는 다른 세계화, 과거 세계화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중소 벤처기업에는 인터넷 실크로드의 현실적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을 통한 세계 무역이 차세대 무역의 트랜드라는 점에서 보자면 중국은 미국에 한 발 앞서 있으며, 실크로드와 일대일로를 중국몽(中國夢)과 연결해온 시진핑 주석도 정책적으로 마윈의 구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관심이 워낙 높아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인터넷 실크로드로 상당한 외국 지원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20165월 알리바바의 디지털 플랫폼 즉, 인터넷 실크로드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알리바바 닷컴에서 하루 발생하는 전자상거래 규모는 7억 달러이다. 글로벌 240개 지역의 기업 고객들이 200만 개 온라인 스토어에서 거래한다. 알리바바 닷컴에서 한국 기업 제품을 사가는 바이어의 70%는 미국이다. 알리바바닷컴은 앞으로 2억 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유치하고, 중국 밖의 1,000만 개 중소기업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이었다. 디지털 시장이 커지면서 디지털 금융 시스템과 배송 시스템의 안전성과 속도가 경쟁력의 주요 부분으로 등장하였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금융 및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장을 통합했다. 물류 계열사 차이냐오에 투자해 전 세계 물류 및 택배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151억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고 로봇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차이냐오는 글로벌 물류 회사와 협력해 서로의 물류 창고를 나눠 쓰고 국내외 배송을 함께하는 차이냐오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중국의 15대 물류회사, 싱가포르의 싱포스트, 영국의 로열메일, 한국의 CJ대한통운 등 90여 개 글로벌 물류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200만 개 전자상거래 업체가 차이냐오 네트워크를 이용 중이다.

 

 

동남아시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2019년 현재 26천만 명이며, GDP와 중산층이 성장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매달 380만 명씩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체 소매 유통에서 온라인 비중은 아직 3%에 불과해 중국과 미국 평균인 14%와 비교할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알리바바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고 아마존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2016년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다를 인수했다.

 

 

라자다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기업으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전제품, 생활용품, 의류, 식료품 등 21천만 개의 제품을 취급한다. 라자다의 연 거래 규모는 136천만 달러이고, 연간 고객 수는 23백만 명이다. 라자다를 인수한 알리바바는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알리페이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싱가포르에 B2C 플랫폼인 타오바오를 런칭해 40만 여개 상품을 공급 중이다.

 

 

알리바바의 동남아 진출은 알리바바 플랫폼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페이가 양대 산맥이다. 특히 알리페이는 스마트폰에 알리페이 앱을 깔고 상점 QR 코드만 읽으면 쉽게 결제할 수 있어 대단히 편리하다. 알리페이를 통한 알리바바의 해외 진출은 3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 중국 관광객들이 해외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함으로써 알리페이의 편리함을 선전한다. 둘째, 해외 고객들에게 알리바바 플랫폼, 특히 배송을 담당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을 유도한다. 셋째, 현지 파트너와 제휴해 알리페이와 똑 같은 결제 서비스를 현지 통화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것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이다. 태국의 경우 20169월 쁘라윗 짠오차 총리와 마윈의 회담 후 국가 간 디지털 협력으로 격상되면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태국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 지원과 디지털 분야 인재 육성, 물류 시스템 개발이지만 한 마디로 알리바바 플랫폼의 본격적인 태국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국 정부도 생산 능력 확대(‘타이랜드 3.0’)에서 부가가치 제고(‘타이랜드 4.0’)로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산업의 디지털화, 예컨대 디지털 플랫폼과 빅데이터, IoT,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진출은 더욱 빠르다. 201610월 나집 라작 총리와 마윈의 회담에서 말레이시아 중소기업 1만 개를 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 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뿐 아니라 마윈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디지털 경제위원회 고문이 되자 디지털 자유무역지구(DFTZ : Digital Free Trade Zone)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주변에 개설되었으며, 201711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경제력, 시장 개방 측면에서 싱가포르 못지않아 아시아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말레이시아는 전자 세계무역플랫폼(eWTP)구현을 위한 해외 거점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도 중소 벤처기업 활성화와 대중 수출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