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 창업 거리 입구에 ‘혁신의 길’이라는 안내 문구가 세워져 있다. 베이징의 유니콘 기업은 82개로 ‘실리콘밸리’의 본고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55개를 앞질렀다. 1∼3위는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마이진푸(마蟻金服·Ant Financial·‘개미금융서비스’), 영상 공유 앱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하루에 1만 6천 개 이상의 기업이 생겨난다. 중국 대학 졸업생의 창업률은 8%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다이웨이처럼 유니콘 중에는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한 지 수년 만에 창업한 기업이 많다. 한 해 대학 졸업생이 600만 명이 넘어 치열한 구직경쟁에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두껍게 형성된 창업 친화적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무원 등 안정적인 일자리로 몰리는 경향이 높아지는 한국의 현실과 대비된다.
중국 이공계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의 베이징(北京)캠퍼스에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창업지원을 위한 ‘X-LAB’이 있다. 각 프로젝트팀의 구성원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어느 누군가가 올린 아이디어를 보고 전국의 인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었다.
한 인터넷 쇼핑몰 개발팀은 칭화대 학생이 올린 아이템에 관심 있는 대학 4학년생과 졸업생 등이 헤이룽장(黑龍江) 허난(河南) 푸젠(福建)성 등 그야말로 전국에서 모였다. 중국 이공계 대학은 재학생이나 졸업생 지원을 위한 공간과 전문 부서, 산하기관, 전문 컨설팅 업체 등을 운영하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X-LAB의 별명은 ‘창의, 창신, 창업 키우는 싼촹(三創) 공간’이다.
‘개혁·개방의 1번지’ 선전은 이제 ‘창업 용광로’다. 이곳의 화창베이(華强北)는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의 20배가량 되는 초대형 전자상가로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한 재료와 부품이 다 있어 자석처럼 벤처기업들을 주변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연구개발센터를 이곳에 설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진시황 병마용’의 도시 시안(西安)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는 ‘커지촹신강(科技創新港)’이 설치돼 있다. 대학과 사회가 혁신을 위해 뭉친 ‘첨단 과학 클러스터’다. 중국 이공계 대학은 ‘응용성’을 주요 지침으로 삼는다. 커지촹신강은 대학이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지역, 기업 등과 활발한 교류 속에 연구와 창업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산학연 네트워크다.
‘교우(校友) 경제’도 있다. 동문회 격인 교우회가 졸업생들의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준다. 시안 자오퉁(交通)대는 ‘시자오(西交) 1896 인큐베이터’ 등 취업 지원 교우회가 150여 개나 된다. 전국 주요 대학들은 선배 기업인이 대학에서 기업가 싹이 보이는 후배를 발굴하고 키우는 ‘교우 경쟁’을 벌인다.
중국 유니콘 기업 지역별 현황
순위 | 도시 | 유니콘 기업수 | 시가총액(억 위안) |
1 | 베이징 | 67 | 20,140 |
2 | 상하이 | 39 | 6,750 |
3 | 항저우 | 20 | 13,330 |
4 | 선전 | 13 | 4,210 |
5 | 난징 | 6 | 865 |
자료 : KOTRA, 해외시장뉴스. 2019. 12. 17.
특히 중국 유니콘 급성장의 가장 큰 견인차는 1세대 벤처 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다. 알리바바가 마이진푸나 디디추싱에 투자하고 있고, 최대 벤처캐피털인 ‘레전드 캐피털’은 컴퓨터 제조 대기업 레노버그룹의 자회사다. 유니콘 기업의 절반가량은 BAT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기업이다.
미래 예측하지 않고 만든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모든 대중이 혁신으로 창업하게 하자’는 슬로건)’ 기치 하에 ‘규제 없으면 허용한다’는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는 대담한 도전자들을 잇따라 탄생시켰다.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板多多)의 황정 대표는 알리바바, 징둥(京東) 같은 강적들이 버티고 있는데도 ‘산에 호랑이가 있는 줄 알아도 기어이 산에 오른다’며 창업했다. 기존 업체가 대도시 젊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했다면 그는 농촌 주부와 저가품 시장에 집중했다. ‘농촌이 도시를 포위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전략이 21세기 벤처 전쟁 시대에도 통했다.
삼성에 며칠 앞서 접는 스마트폰을 처음 발표한 중국 유니콘 로율의 창업자 류즈훙(劉自鴻)의 캐치프레이즈는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미래를 창조하라’다. 15초 동영상 공유 사이트 ‘틱톡’ 광풍을 일으킨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張一鳴)은 개인에 따라 헤드라인이 다르게 보이는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개발했다.
‘차(茶) 업계의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창업자)’라고 불리는 녜윈천((雲辰)은 기존 밀크 티가 분말 형태인데 이는 진짜 밀크 티가 아니라고 생각해 치즈 밀크 티 시차(憙茶)로 새로운 붐을 일으켰다.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로 경직되어 창의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죽의 장막 너머의 거대한 변화를 모르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많은 기업이 나오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에 비해 실적이 부진해 사업을 접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오포’가 경영 위기를 맞고 디디추싱은 해외 시장 진출 실패로 상장을 연기했다. 2019년 2분기 중국 유니콘 기업이 받은 투자액은 94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투자에 참가하는 벤처캐피털 수가 487곳에서 45곳으로 줄었다는 등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의 역풍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폐쇄회로(CC)TV 제조회사인 하이크 비전은 신장위구르지역 인권탄압에 관여됐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바이트댄스도 틱톡 앱을 통해 미국 청소년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한다는 의혹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570만 달러의 벌금을 받았다.
하지만 ‘적자생존’의 생태계 속에 성장하는 중국 벤처업체들은 역경의 찬바람을 맞으면 보다 강한 체질로 무장해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19년 10월 말 한국 벤처업계는 ‘타다’ 기소 이후 “정부, 국회, 검찰이 한 방향으로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벤처기업을 키우는 생태계를 조성하기는커녕 정부의 규제와 정책이 예비 벤처 기업인들을 ‘미래 산업 화전민’으로 내 몰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한중 간 ‘206 대 6’이라는 유니콘 숫자가 주는 경고를 새겨야 할 것이다.
2019년 새롭게 유니콘에 올라선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17개사이며, 이중 중국(5)은 미국(8) 다음으로 큰 규모로 증가했으며 나머지는 영국(2), 일본(1), 이스라엘(1) 등 이다. 전체 인공지능 유니콘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 17개, 중국 10개로서 상위 두 나라가 대부분을 차지하여 압도적인 인공지능 강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 유니콘의 수는 2015년 4개, 2016년 2개, 2017년 9개, 2018년 17개로 총 32개 기업이며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 유니콘 32개 중 인터넷을 개입시켜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AI「SaaS」를 판매하는 기업은 Face++, SenseTime, Cloudwalk, YITU 등 모두 중국계 기업들로서 이들 기업은 모두 얼굴인식 기술 스타트업으로 중국 인공지능은 특히 얼굴인식, 음성인식 분야가 강세이다.
'중국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경제 동향]스마트 공장 (0) | 2023.03.20 |
---|---|
[중국기업탐구] 알리바바(6)의 디지털 실크로드 (0) | 2023.03.18 |
[중국 경제 동향]‘글로벌 500대 기업’ 美 제치고 중국이 1위 (0) | 2023.03.15 |
[중국 경제동향] 중국의 디지털 금융(핀테크) 발전상 (2) | 2023.03.14 |
[중국 경제동향] 중국의 과학기술 논문 수 미국을 추월하다. (0)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