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기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이어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웨이신<微信>)을 압박 대상으로 고르자 위챗 운영사인 중국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40조 원 이상 허공에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8월 6일(현지시간)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더불어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상대로 45일 이후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0년 8월 7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 주가는 장중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이날 전(前) 거래일보다 5.04% 하락한 527.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약 41조 원 가량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폭락 전까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6천860억 달러(약 813조 원)로 세계 8위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거래금지'의 개념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향후 텐센트가 화웨이, 바이트댄스에 이어 미국의 새 타겟이 돼 각종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히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챗을 거론하면서 텐센트를 행정명령 대상에 올렸다. 중국의 메신저 시장은 사실상 위챗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위챗 이용자는 2020년 1월 기준 11억5천만 명에 달했다.
게다가 위챗에는 전자결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건강 코드 등 여러 생활 필수 서비스가 결합해 있어 중국에서 스마트폰에 위챗을 설치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인 위챗은 해외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고 사실상 중국 국내용의 성격이 강해 설사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되더라도 텐센트에 주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그렇지만 텐센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외에도 게임, 클라우드 등 다른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거래금지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텐센트의 핵심 '캐시카우'인 게임 분야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한 중국의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는 작년 매출 기준 세계 1위 게임 퍼블리셔다. 텐센트의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SNS 분야에서는 중국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 분야에서 텐센트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텐센트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만든 미국 회사 에픽 게임즈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유통사인 라이엇 게임즈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도 한국의 펍지 주식회사와 비공식 계약을 맺고 배틀그라운드를 수정해 들여간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처럼 텐센트는 외국 게임을 가져다가 자국에서 서비스하기도 하고, 거꾸로 자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해외시장에서 유통도 하고 있어 해외 사업이 위축될 경우 일정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냉전'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2020년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 텐센트 외에도 SMIC(-8.7%), 알리바바(-3.0%), 샤오미(-3.0%) 등 여러 중국 기술주들의 급락 사태가 이어졌다. 미중 갈등 부각 속에서 중국 증시 주요 지수도 전반적으로 급락했다.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96% 하락한 3,354.04로,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1.60% 내린 24,531.62로 각각 장을 마쳤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이어 텐센트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다. 2020년 9월 20일부터 미국 기업들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거래(transaction)를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인 위챗도 미국에서 쓸 수 없도록 퇴출한다. 위챗은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다. 한국으로 치면 화웨이는 중국의 삼성전자이고, 텐센트는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를 모두 합친 인터넷 공룡이다. 이번 제재로 최근 2~3년간 내수 기업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게임·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던 텐센트는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제재가 게임까지 번진다면, 매출도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텐센트 제재가 애플, 월마트, 포드차 등 미국 기업들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상공회의소 상하이 지국의 컬 깁스 회장은 최근 미국 언론인터뷰에서 “위챗 사용 금지는 (미국 기업에) 매우 파괴적인 일”이라며 “위챗 안에서 사용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 없이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했다. 화웨이에 먹혔던 ‘거래금지’라는 제재가 텐센트에는 100% 먹히지 않는 것이다.
구글과 대적할 중국 텐센트 제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8월 6일 텐센트 제재안에 서명했다. 시행일은 45일 뒤로 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에선 위챗을 쓰지 못하고, 월마트 등 미국 업체가 위챗 등에 광고를 실을 수 없다. 명분은 위챗으로 미국인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보안 문제지만, 실제론 중국 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텐센트의 위챗은 중국 내 이용자가 11억 명이고, 해외 이용자도 1억 명에 달한다. 위챗페이라는 간편 결제를 앞세운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수퍼셀이나 미국의 에픽 게임스 등 주요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인수한, 세계 톱3 게임업체이기도 하다. 화웨이가 하드웨어의 중국 1위라면, 텐센트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의 대표 주자인 셈이다.
또 텐센트는 세계 800여 개 기업에 투자한 큰손이다. 테슬라(보유지분율 5%)·유니버설뮤직(10%)·스냅(12%)과 같은 미국 대표 기업도 포함된다. 국내에선 카카오(6.4%)와 넷마블(17.55%), 크래프톤(13.2%) 등에 투자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텐센트는 중국 테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자”라고 말했다.
미 기업도 피해 볼 가능성
미국의 화웨이 제재 때는 마땅한 반격 카드가 없던 중국이지만, 텐센트는 다르다. 애플·포드차·월마트·디즈니·골드만삭스 등 미국 기업들은 백악관과 화상회의에서 “위챗과 교류를 제한하면 중국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폭스뉴스는 “미국 나이키가 중국 현지 상점에서 위챗페이로 결제를 할 수 없다면 독일 아디다스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는 핵심은 위챗이다. 위챗은 단순한 스마트폰 메신저가 아니다. 위챗페이라는 결제 기능을 탑재했고, 공과금 납부, 배달 주문, 택시 호출 등 온갖 기능의 미니 앱 300만 개를 갖춘 수퍼 앱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물건을 사고, 택시를 부르는 일이 모두 위챗에서 이뤄진다. 미국 기업은 중국 소비자와 만나는 최고의 접점을 잃는 셈이다.
당장 애플은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궈밍치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면 아이폰 판매량은 25~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소비자가 위챗 없는 불편한 아이폰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판 카톡인 위챗은 사실상 모든 중국인이 쓴다. 이용자가 12억 명 이상이다. 중국 상점은 대부분 현금이나 카드보다 위챗페이를 선호한다. 위챗페이 결제액은 한 달에 7조 위안(약 1,216조 원)이다. 중국의 최대 게임업체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선 ‘위챗 삭제형(刑)’이란 말도 있다.
중국 정부가 반(反)체제 인사의 위챗 계정을 삭제하는데, 이게 웬만한 형벌보다 무섭다는 의미다. 텐센트는 미국 테슬라에서 한국 카카오게임즈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 800여 기업에 투자한 큰손이다. 시가총액은 5조1,200억 홍콩 달러(약 777조 원)로, 삼성전자의 두 배다. 창업자인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지분 8.42%를 갖고 있다. 최대 주주는 아니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며 회사를 좌지우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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