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중국 교통을 통제하는 디디추싱
중국은 전 세계에서 공유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자리를 잡은 나라다. 공유경제의 싹은 미국에서 텄지만, 꽃은 중국에서 피는 형국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표되는 공유승차 산업이다. 업무 차 중국을 찾은 외국인은 과거엔 공항 택시 승강장에서 큰 짐을 든 채 긴 줄을 서는 게 고역이었지만 요즘은 걱정이 없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디디 정류장’으로 가면 미리 예약해 둔 차량이 와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줄을 안 선다는 것 말고도 예약에서 결제까지의 모든 과정을 휴대폰 앱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장점이다.
지도와 연동된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일일이 기사에게 행선지를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교통 상황과 연계된 최적 경로까지 자동으로 뜬다. 현재 위치 등 주행 상황을 지인과 공유하면 도착 시간에 맞춰 마중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요금 지불 또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니 목적지에서 그냥 내리면 된다. 위안화 현찰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29살의 영업사원 청웨이(程維)가 디디다처(滴滴打車)를 창업한 건 2012년의 일이다. 운전을 못 해 택시로 출퇴근하던 청웨이가 “어떻게 하면 택시 잡는 고생을 덜 수 있을까” 궁리한 결과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인구에 비해 택시가 부족해 출퇴근 시간에는 콜 전화 연결조차 힘들 정도이던 중국에 출현한 신종 서비스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초기에는 택시 호출 위주였으나 지금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종합세트라 부를 정도로 진화했다. 다양한 차종의 승용차와 승합차 이용은 물론 카풀, 대리운전, 공유자전거 등 도로 교통에 관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된다.
미국 우버도 중국 토종 기업에 밀려 철수
초기의 중국 공유자동차 시장은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낸 디디다처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등에 업은 콰이디다처(快的打車), 여기에 우버의 현지법인 우버 차이나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이용권을 뿌리는 등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던 중 콰이디와 디디가 2015년 2월 전략적 합병을 통해 디디추싱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년 6개월 뒤 디디추싱은 우버 차이나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대륙에 야심차게 진출한 원조 업체 우버가 토종 기업과의 경쟁에 밀린 나머지 지분 20%를 갖는 조건에 현지 사업을 접고 철수한 것이다.
디디추싱의 앱을 내려받아 등록한 사용자 5억5,000만 명과 3,000만 대를 헤아리는 등록 차량 및 4,000여 개의 제휴 렌터카 업체 사이에는 하루 평균 3,10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약 520억 달러(62조 원)로 평가받고 있다. 영업 실적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2017년도 총매출액은 250~27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18년 순수익은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BAT가 구축해 놓은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장점이다. 다른 국가들이 ‘현금→신용카드→모바일 결제’의 단계로 넘어간 데 반해, 중국은 현금에서 바로 모바일 결제 단계로 넘어가며 최첨단의 핀테크 환경을 구축했다.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세계 최대의 핀테크 업체로 성장했고, 10억 명이 사용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플랫폼 위챗(웨이신)에 적용된 위챗페이는 중국인의 삶을 바꾸는 촉매제가 되었다.
중국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신종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에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법적 근거를 따지고 들었더라면 200개가 넘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판을 깔고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인터넷 대기업이 주도해 일으킨 변화다. 국내외에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만들고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 또한 중국의 장점이다.
디디추싱의 강력한 힘은 하루 평균 2,000만 건 이상의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에서 나온다. 중국 전역의 택시와 고급 차량을 통해 축적한 교통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교통 수요를 파악한다. 특정 빌딩에서 15분 동안 발생할 택시 수요를 최고 90%까지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교통의 효율성을 높인다. 차량 수요는 요일, 시간, 지역에 따라 변동이 크다.
창업자인 청웨이(程維)는 베이징대학에서 화학과 학사학위를 받고 디디추싱을 창업하기 전에 Alibaba 그룹에서 8년 동안 일했다. 장리우(柳靑)는 디디추싱의 이사회 회장이다. 그녀는 Peking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고 뉴욕대학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디추싱에 입사하기 전에 골드만 삭스 아시아 지부에서 12년간 지부장으로 일했다. 디디추싱의 직원 수는 15,914명이며 2020년도 순이익은 16억 1,900만 USD 이다.
'중국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기업 탐구] 알리바바 그룹(2)의 "차이냐오" 물류 네트워크 (1) | 2023.02.27 |
---|---|
[중국 기업 탐구] 알리바바 그룹(1)의 "타오바오", "T-mall"과 "허마" (0) | 2023.02.26 |
[중국 기업 탐구] "DJI", 드론 제작사 세계시장 점유율 74% - 세계 1위 (0) | 2023.02.24 |
[중국 기업 탐구] "CATL",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0) | 2023.02.23 |
[중국 산업 분석] 중국의 "우주산업", 심상치 않다 (0) | 2023.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