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알리페이(Alipay)'
금융 분야에서는 알리바바가 미국의 아마존을 완전히 능가하고 있다. 아마존도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나, 소규모 사업자 대상으로 사업 자금을 융자하는 ‘아마존 렌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다지 금융사업에 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알리바바는 이미 ‘핀테크의 왕자’라 불릴 만한 위치에 도달해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사이트와 물류사업, 그리고 금융업을 삼위일체로 묶어 성장시켜 왔다. 알리바바 그룹 내의 앤트 파이낸셜이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중국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도시권에서는 알리페이가 아니면 구매대금을 지불 할 수 없는 가게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미 중국인의 삶은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바뀌고 있다. 알리페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결제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중국의 거대 기술 회사에서 벗어나 14억 중국인의 생활을 지탱하는 사회 인프라의 거인으로 탈바꿈했음을 의미한다. 알리바바는 실질적인 유동 자금도 메가뱅크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2017년 9월 15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알리바바 그룹의 머니마켓펀드(MMF) 금융상품 ‘위어바오’의 예치 자산액이 불과 4년 만에 세계 최대의 금융기업으로 커져서, 2,110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위의 JP모건 에셋 메니지먼트가 운용하는 MMF의 2배 이상 규모이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예치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핀테크 덕분이었다. 이용자가 스마트앱에 내장된 ‘알리페이’를 이용해 손쉽게 자금을 MMF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리페이’의 앱은 ‘알리페이 그룹’의 은행, 증권, 보험, 투자신탁 등의 금융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상거래와 공공 서비스도 ‘알리페이’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 된 알리페이 앱은 알리바바 그룹 서비스의 입구가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통해 축적한 대량의 구매 데이터나 결제 데이터, 그룹 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도를 정량화‧가시화하는 ‘지마신용(芝麻信用)이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
낙후된 금융업에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인터넷 기업이 진출했다. 2013년, 시장에 현금이 바닥나자 단기 금리가 15%까지 올랐다. 예금 금리를 높여 예금을 유치해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할 국유 은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1년간 돈을 찾지 못하는 정기 예금 금리가 부동의 3%대였다. 이때 알리바바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남은 잔금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 : Money Market Fund)의 일종인 위어바오를 런칭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우며 7~8%의 금리를 보장하였기 때문에 위어바오는 판매 6개월 만에 투자자 1억 5천만 명, 투자금액 6천억 위안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인터넷 금융이 성장하자 인민은행 총재는 정부에 불법인 유사 금융 행위를 규제할 것을 요청했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은 자사의 금융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감옥에 가야 한다면 자신이 가겠다며 기존의 지불 결제를 넘어 종합 금융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였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업의 편을 들어 주었다.
단기 금리가 높아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인터넷 기업이 자금을 모아 단기 채권을 사자 금리가 안정되었다. 극심한 금융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 인터넷 금융이 등장하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융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30%에 육박하던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 2년 만에 10%대로 떨어졌다.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쏟아질 때,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의 볼멘소리를 무시하고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했다.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신종 금융 상품이 출현할 때 중국 정부는 선 허용 후 보완의 포용적 정책을 펼쳤다. 리커창 총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서둘러 규제를 도입해 위축시키기보다 포용력을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중국의 낙후된 금융 시스템은 오히려 중국이 핀테크 영역에서 앞서가는 계기가 되었다.
국유은행과 인터넷 은행의 연대
2014년 12월에 텐센트가 중국 1호 인터넷 전문 민간 은행을 설립한데 이어, 알리바바, 징둥, 바이두도 인터넷 은행을 열었다. 국유은행이 독점하던 시장에 민간 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금리가 자유화 되었다. 이제 국유 은행이 유유자적하던 시절은 막을 내리고, 국유 은행과 인터넷 은행 간의 본격 경쟁이 시작되었다. 국유 은행은 거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여전히 큰 이익을 내고 있지만, 수익률은 급격히 둔화되었다.
국유 은행은 거래 규모가 크고, 누적된 고객 데이터가 방대하며, 금융 상품 개발 역량이 탁월하다. 인터넷 은행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미래기술 역량이 뛰어나다. 알리바바와 징둥은 소비자 금융에 관심이 많고, 바이두와 텐센트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에 중점을 둔다. 서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던 국유 은행과 인터넷 은행이 2017년 손을 잡았다.
신 성장동력이 절박한 국유 은행과 핀테크을 확장하기 위해 규모가 필요한 인터넷 은행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4대 국유 상업은행과 4대 핀테크가 하나씩 짝을 지었다. 건설은행과 알리바바, 중국은행과 텐센트, 농업은행과 바이두, 공상은행과 징둥으로 짝이 맺어졌다. 중국 경제 매체 후아지왕은 이에 대해 ‘영원한 적은 없다. 영원한 이익이 있을 뿐이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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