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여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잇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4자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 중 인도가 중국과 손을 잡아 해상교통로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을 허용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전 방위적인 해양진출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끊어져 흩어지고 만다. 이는 미국이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군사적 역학관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인도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임기 첫해인 2017년 10월 인도의 디왈리(Diwali)축제 때 백악관의 인도계 직원과 교민 대표를 초청해 축하 행사를 벌였다.
디왈리 축제는 매년 가을 힌두교와 자인교, 시크교의 교도들이 ‘빛이 어둠을 이겨 낸다’는 의미를 담아 전통 촛대에 촛불을 켜는 의식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와 시마 베르마 복지부 의료서비스센터장 등을 초대해 촛대에 불을 붙이고 디왈리를 축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도계 미국인들은 예술·과학·의학·교육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군과 긴급구조대에서 용감하게 활동하고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디왈리축제 참여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이어졌다. 이는 약 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도계 미국인의 지지를 얻고, 나아가 미·인도 관계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2017년부터 인도양 군사훈련에 일본까지 가담시켜 미·일·인도 3개국 합동군사훈련(Malabar Naval exercise)을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니미츠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항모인 이즈모호가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 미국 주도의 ‘말라바르 해상훈련’은 중국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을 99년간 조차하여 중국해군 함선과 잠수함을 기항시키고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만 개발에 개입하는 등 인도양에 군사력을 적극 진출시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대중 포위 전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로(sea lane)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여기에 필리핀까지 가담해 4개국 해군함정이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벌였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2019년 12월 말 러시아,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에서 최초의 3국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중국의 유도 미사일 장착 구축함 시닝(西寧)과 러시아의 소형 구축함, 급유함, 구조용 예인선 등이 동원됐다.
이 훈련의 의미에 대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너선 이얄 부소장은 “이번 훈련은 참가한 3개국 모두가 승자이다. 이란은 이 지역 실력자임을 선언한 셈이고, 러시아는 중동 지역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중국은 글로벌 해군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2020년 1월 3일(현지시각)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하였는데, 여기에는 이란의 중·러 밀착을 경고하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월 초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만나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건설의 적극적 추진을 요청했다. 이는 미·중 군사 충돌 시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인도양에서 곧바로 중동산 원유를 공급받기 위한 통로이다. 중국이 이 통로를 보호하려면 인도양에서 러시아·이란·미얀마와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영국이 미국을 도와 반 중공 연합군에 뛰어든다. 영국 국방부가 최근 급증하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군사력을 동아시아 쪽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영국 군부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중국이 홍콩에서 일국양제를 파기하고 남중국해 주권을 주장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이 지역에서 영국군과 충돌할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의회에서는 수백 명 규모의 특수부대를 동아시아 지역에 영구 주둔시키고 남중국해나 홍콩 인근에 항모전단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영국해군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타격 전단이 10주에 걸친 배치 전 훈련을 마치고 포츠모스 해군 기지에 귀환하였으며, 이에 따라 Queen Elizabeth 항모 전단은 언제든 작전투입이 가능하다.
시진핑 흔들릴 때 인도 격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2월 24~25일의 인도 방문은 남중국해-인도양-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일·호주·인도의 남방연합과 중·러·이란 대륙연합 간의 신(新)냉전 구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미국과 인도 간에 갈등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역 갈등이 양국 관계 균열의 불씨다.
2019년 6월 미국이 인도에 부여하던 개발도상국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중단하자, 인도는 미국산 아몬드와 사과·호두 등 28개 농산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다. 이에 트럼프는 “인도는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오랫동안 피크닉을 즐겼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그러나 2019년 9월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인도 모디 총리 환영집회(Howdy Modi)에서 트럼프는 “오늘 미국의 가장 훌륭하고 충직한 친구의 하나인 모디 총리와 함께 텍사스에 와서 기쁘다”며 인도를 끌어안았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도 그는 인도와 ‘미니 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포괄적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선에서 타협했다.
트럼프로서는 최근 몇 년간 인도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10배가량 늘어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인도에 동행한 댄 브루예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뉴델리 비즈니스 회의에서 “몇 년 전 하루 2만5천 배럴 수준이던 인도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이제 25만 배럴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인도는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인도의 원유 주수입국인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타격이 될 수 있다.
거친 말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외국 정상까지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끼리의 나라 인도에서는 불같은 성격을 억누르고 ‘착한 아저씨’로 변신했다. 그 목적이 중국 견제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의 인도 방문은 중국이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를 맞은 시점에 이루어졌다. 시진핑 일인독재 리더십이 흔들리고, 중국 경제마저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트럼프는 인도를 찾아 등을 두들기고 무기를 손에 쥐여 주었다.
중국과의 경제전쟁과 관세전쟁, 미래기술전쟁에 이어, 라이벌 인도를 키움으로써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의 전략이다. 코끼리를 조련시켜 용의 옆구리를 짓누르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주저앉히려는 트럼프의 전 방위 공세는 2020년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인도 최대의 신문 중 하나인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2020년 7월 5일 자 보도에서 “중국의 도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최근 바이러스 사태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의 중-인도 군간 충돌과 관련해 인도의 대중(對中) 정보능력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대중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가입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인도 정부가 이 신문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급속도로 워싱턴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보도하였다. “최근 인도는 일본과 해상연합훈련을 하는 등 미국 ‧ 일본 ‧ 호주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을 겨냥한 해양봉쇄 계획인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