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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 트럼프 시대의 대미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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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신중국 건국 이후 대미외교는 중국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 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건국 이후 소련 일변도 및 반미로 출발했던 중국의 외교 전략은 1960년대 중소 분쟁 동안 미소 양 대국에 동시 대항, 1970년대 미국과의 데탕트 및 소련 견제, 1979년 미·중 수교에 이은 1980년대 미국 중심적 국제 경제 질서 편입 및 개혁개방 추진,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다극화 추진 등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줄곧 강대국 세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특히 냉전 종식 후 국력 성장기를 맞아 대미 관계의 안정 및 안정된 외부 환경 조성은 중국 외교를 관통해 온 가장 기본 원칙으로 자리해 왔다.

 

 

 

양국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의 대미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미국의 공세, 가령 인권문제와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 MFN)대우 연계, 대만 문제, 중 간 무역 불균형, 인민폐 환율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비교적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대응의 패턴이 반복되며 전개되어왔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주장하여 미국에 대해 칼날을 감추고 힘을 키워왔다. 미국 중심적 국제질서 속에서 가장 큰 수혜자로서 빠른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러던 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이는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을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장기적 비전속에서 이뤄진 것이며, 중국의 거대한 국력 성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의 한계를 체험한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주도적이고 당당한 입장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국제질서의 합리화를 제창하며 기존 국제경제 질서의 빈틈을 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 집권 1기의 대미 관계는 긴장으로 시작해서 협력과 긴장이 교차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서 양국 간 세계 패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대선(大選) 시기에 중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힐러리 클린턴 보다 트럼프의 당선을 더욱 희망하였다.

 

 

 

정작 트럼프가 당선되자 중국은 당혹감과 함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도 전에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을 준수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 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 인사들로 핵심 참모를 구성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한때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하였다.

 

 

 

이후 20174월 마라라고(Mar-a-Lago)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원칙이 재 천명되고, 양국 간 무역 및 경제 이슈, 북핵 문제, 양국 간 대화 메카니즘 확대, 남중국해 문제,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문제 등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되었다. 두 정상 간의 대화에서 시 주석은 미 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매우 많지만, 악화시킬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 중 무역 불균형 개선을 지향하는 ‘100일 계획이 발표되었고, 회담 종료 후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양국은 또한 외교 안보 대화, 전면적 경제 대화, 사이버 안보 대화, 사회와 인문 대화 등 네 가지 고위급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

 

 

 

이에 중국 학계에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미 관계의 불투명성이 크게 해소되었으며 협력의 기반이 다져졌다는 낙관적인 평가가 제기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정부 시기의 대중 정책은 오바마 정부 시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01712월 발표된 국가 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정책의 강경화를 예고했다.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국제질서 재편을 주장하는 수정주의자(revisionist)라 칭했고,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국가안보전략이 공산당 19차 당 대회를 통해 표명된 대미정책의 큰 틀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이 미국이 한편으로는 중국과 협력 관계를 맺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대립하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라고 비판하면서도 중국의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과 평화 공존하길 원한다”, “미국도 제로섬 게임적 진부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중국과 함께 나아가며, 구동존이(求同存異)하고, 협력해서 윈윈하며, 인류운명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인류의 공동 번영과 진보를 실현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중관계가 협력과 경쟁의 동시 강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를 통해 양국관계의 거시적 안정화에 주력하는 것은 자국의 일정표대로 2050년까지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가는 중국의 꿈의 실현 여부가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여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고, 미국도 미국 우선(America First)’위대한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에 나선 상황에서 양국 간 갈등과 마찰의 여지가 상존하고 있다.

 

 

 

상호신뢰가 증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국력 강화에 주력하는 양국관계는 일정한 취약성을 노정하고 있으며,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의 불안정 속에서 과거 강대국 간 무력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 보고서는 강대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으며, 신형 대국 관계라는 더욱 상위의 개념으로 기존의 신형 국제관계를 포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