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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중국식’ 강대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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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강대국 외교라는 용어는 20136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시진핑 체제가 중국적 특색을 지닌 강대국 외교의 길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등장했다. 이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교정책과 관련하여 중국적 특성을 강조했다. 20139월 그는 시진핑 주석의 G20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적 특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많은 주장이 정상회의의 선언문에 삽입됨으로써 중국의 목소리를 내고 중국의 발언권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20139월 유엔 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이 목소리를 내고, 중국의 지혜로 공헌하고, 중국의 방안을 제시하며, 중국의 역할을 구현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선언했다.

 

 

 

2014년 들어서 시진핑 주석이 해외 방문이나 회의외교 등을 통해 국제관계에 관한 중국의 방안을 제시하려 시도하면서 중국특성에 대한 강조는 더욱 분명해졌다. 그는 20143월 유럽 방문에서 중국의 문화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시진핑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진행된 국빈만찬에 중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했는데, 이는 중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자 그 이후에 이어질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베를린에서 행한 연설에서 세계의 평화와 발전이라는 대의에서 출발하여 국제관계와 관련한 중국의 지혜를 제공하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중국의 방안을 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시진핑 주석은 201411월 중앙외사업무회의에서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중국공산당이 대외업무의 지도사상, 기본원칙, 전략목표, 주요임무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대외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창출하기위해 개최한 동 회의에는 일곱 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위시하여 정치국원, 서기처 서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관계자, 국무위원, 최고인민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 관련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중앙의 지도부로부터 성, 자치구, 직할시를 비롯한 지방의 지도자, 그리고 일부 중앙기업과 금융기구의 책임자와 중국의 외교사절 등이 대거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은 자신의 특성을 가진 강대국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의 대외업무가 중국의 특색, 중국의 스타일(風格), 중국의 기풍(氣派)을 지니도록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은 국제체제에 영향을 끼치려는 강대국 외교인 동시에 중국 특색을 반영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식 강대국 외교는 중국만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중국적 특색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내의 논의들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중국이 힘이 커지면 패권을 추구하는 전통적 강대국과 다른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와 중국의 전통으로, 시진핑 주석의 일련의 언급과 행동에서 관찰된다. 20138전국선전사상업무회의(全國宣傳思想工作會議)에서 국내외에 모두 통용되는 새로운 개념과 범주 그리고 서술을 형성하고 중국의 스토리와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311월에 그는 공자 탄신지인 취푸(曲阜)를 방문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중국 문화의 발전과 번영을 필요로 하며 중국공산당은 창설 때부터 전통문화를 충실히 구현하고 발양해왔다고 주장했다.

 

 

 

20131230중국의 문화적 소프트 파워 제고를 주제로 열린 12차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그는 마르크스 도덕관의 견지와 함께 중국 전통 미덕의 창조적 전환과 혁신적 발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그때까지 중국에서 서로 분리된 것으로 인식되었던 사회주의 이념과 전통을 결합시키려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을 통해 중국은 강대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식화했다. 강대국처럼 행동하겠다는 의도를 밝힘으로써, 시진핑 체제는 제국주의와 동일시하여 강대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회피했던 중국의 전통으로부터 벗어났다.

 

 

 

시진핑 체제가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을 제기한 데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좌절감이 일정 정도 작용했다. 시진핑 체제는 미국에 대해 핵심이익의 상호 존중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를 구축하고자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대해 호응을 보이지 않자 시진핑은 개혁개방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서구의 경계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강화하게 되었고,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을 통해 독자적 영향력을 추구하려 들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은 능동적으로 외부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외부의 도전을 해소하고 대처하려 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자신감 증대를 반영한다.

 

 

 

중국식 강대국 외교정책은 시 주석이 민족주의를 중시함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국내정치적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시진핑 체제는 전임정권과 달리 더 이상 경제적으로 고도성장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민족주의적 목표를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통제력을 확보하고 또 강화하려 들었다.

 

 

 

그는 국가부주석이던 2009년 멕시코 방문에서 행한 서방에 대한 강경한 비판을 통해 국내적 지지를 제고시킨 바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강경한 대외정책을 통해 국내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고 또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도록 작용했다. 중국 내에 강대국으로서 국제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또 중국의 국가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전략에 현실적 토대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