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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중국의 평화적 부상과 백년의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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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평화적 부상을 위해 스스로를 원조가 필요한 후진국으로 묘사해왔다. 중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꿈꾸거나 미국과 맞서려는 의도를 일절 부인해왔다. 중국 지도부는 끊임없이 중국은 결코 패권국을 자처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다른 나라들을 안심시켜 왔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최강국이 될 것이지만, 어느 누구를 억압하거나 무엇을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중국인들은 ‘100년의 마라톤계획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100년의 마라톤' 이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키워 세계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중국 지도자들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들은 다만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지배했던 300년 전 자신들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강경파들에 의하면, 그것은 적어도 미국의 두 배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 평화적이고 덜 민족주의적인 중국이라는 이 개념은 그동안에 서방의 학계, 싱크탱크, 경제 연구소 그리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항상 제기되어 왔다. 글로벌 지배보다는 경제 성장에 더 관심이 많은 중국, 이 개념이 그들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방의 외교 문제 전문가, 경제학자 그리고 기업가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 개념이 사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온건파, 진정으로 미국과 협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체로 그들의 견해를 반복하면서 그것을 진정한 중국의 목소리라고 홍보해왔다. 중국의 온건파들은 강경한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변방의’, ‘극히 일부의 주장이라고 일축해왔다. 강경파들을 뭘 모르는’, 글로벌화와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라진 과거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말해왔다.

 

 

 

중국내 강경파와 온건파는 중국의 미래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렸다. 강경한 민족주의자들의 세계관이 점차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 강경파들이 2023년 현재 시진핑(習近平) 정부 내에서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경파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두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신문이 되었다. 이 신문의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이 했던 말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들은 중국에 멸망을 가져올 종양이다.”

 

 

 

수십 년간 중국을 세심하게 들여다본 후,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필스버리는 중국 내 강경파들의 관점이 더 이상 변방의 관점이 아니며,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과 사고의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문화혁명 이래, 중국 내에도 세계 자유시장으로의 편입과 더 민주적인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많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있다. 미국에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엘리트들도 나뉘어져 있었다. 물론 다른 점은 중국 국민들과 서방 언론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공개적으로 논쟁을 하지 않는다.

 

 

 

향후 10년 동안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 정보 분석가들 그리고 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비밀의 장막을 꿰뚫어보고 서로 다른 진영들이 불러일으킬 영향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방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평화적 부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점차 미국과 닮아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체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한층 전체주의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불안한 신호들이 나타나면서 40여 년간 팽배해왔던 희망어린 전망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사람들조차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은 중국이 실제로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이 그 중심에 있었다. 1983, 덩샤오핑과 세계은행 고위 인사들이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기로 비밀리에 합의했고, 이들이 20년 후 미래의 관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 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지원 수단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에게 민감한 정보, 기술, 첩보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2005년 미국 의회는 그토록 오랜기간 동안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제공되었음에도 전체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게 주지 않은 것들은 중국이 훔쳐갔다. 백년의 마라톤의 강점은 드러나지 않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마라톤의 첫 번 째 규칙은 마라톤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에 있는 문서 보관창고에는 백년의 마라톤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종합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라톤은 중국 지도부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문서화해두는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점차 공개적으로 마라톤의 개념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이제 미국이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12, 2013년 그리고 2014년에 마이클 필스버리는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중국의 주요 싱크탱크 학자들과 만나보고 나서 그들이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회피하거나 최소한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말-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많은 수의 중국학자들이 새로운 질서의 확립 혹은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자, 중국은 오래전부터 예상해왔던 회복 불가능한 미국의 쇠퇴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관심은 그저 도래하는 다극화 세계에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일 뿐이라고 그토록 단언해왔던 바로 그 사람들이 - ‘세계 속의 정확한 자신의 위치의 회복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것은 그들이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를 기만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차마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체계적으로 초래된, 가장 명백하고 위험한 정보 실패였다. 2023년 현재도 우리는 중국이 수행하는 마라톤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패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