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에 대한 잘못된 다섯 가지 가설
가설 1. 포용이 완벽한 협력을 가져올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부상이 평화로울 것이며, 타국의 희생을 대가로 하지 않는다고 믿도록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와 근본적으로 반대되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보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왔다. 중국의 기본전략은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瞞天過海)’라는 격언 속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고대 중국의 36계(計) 중의 하나이다. 36계는 상대방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하고, 상대의 힘을 이용해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을 이기는데 사용되는 전략이다.
가설 2. 중국이 민주주의의 길을 걸을 것이다.
중국은 과거 40년 동안 확실히 변했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체제는 미국의 포용 정책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방식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애런 프리드버그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소멸되기는 커녕 향후 수십 년간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중국에 관한 글을 써왔던 특파원 출신 작가 제임스 만은 중국이 점진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위안적인 시나리오’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20, 30년이 지나면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부유라고 강해질 것이며, 여전히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는 공산 독재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며, 세계 곳곳의 압제 정권을 지원하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설 3. 중국은 무너지기 쉬운 허약한 국가이다.
1996년 마이클 필스버리는 로버트 돌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자문관이던 로버트 엘스워스를 포함한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때 만난 중국학자들은 ‘중국이 심각한 경제‧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붕괴’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중국의 심각한 환경문제, 불안한 소수민족문제, 그리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지도자들을 언급했다. 그간 익숙하게 보아왔던 중국 공산당 정치국의 비밀주의적 태도를 고려할 때, 이들 중국학자들의 솔직한 말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들은 마이클 필스버리가 허약한 중국을 도우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온 사실도 이미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이 중국 방문에 동행했던 학계와 재계의 인사들 그리고 정책 전문가들이 포함된 다른 그룹도 중국학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며, 그들도 다가올 중국의 쇠락에 관해 동일한 메시지를 들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온 후 신문기사, 책 그리고 논평을 통해 중국에서 들었던 ‘폭로’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영향력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는 머잖은 장래에 중국의 쇠락, 심지어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10가지 주요 요인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그 후 몇 년 동안 지속된 중국 관련 논의의 특징적인 경향이 되었다.
가설 4. 중국은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
미국은 오만에 사로잡혀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미국처럼 되기를 열망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이런 오만함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향한 접근에 제약을 가져왔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동일한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다. 1940년대에,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중국인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실시되었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결론은 중국인은 미국인과 다른 방식으로 전략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었다. 미국인은 직접적인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인은 직접적인 것보다는 간접적인 것을, 명료함이나 투명함보다는 모호함과 기만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는 중국의 고대 문헌과 병법서들은 속임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문화에 관한 정신분석적 연구로 유명한 네이선 레이츠 교수는 1960년대에 발표한 저술에서 다음과 같이 중국인의 특성에 대해 기술하였다. “손자(孫子)부터 마오쩌둥(毛澤東)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전략 서적은 군사교리 자체보다는 기만적 전략을 더 강조한다. 중국인의 기만적 전략은 자신이 세운 전략의 완벽성을 지향하기 보다는 적이 잘못된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타 문화권 특히 서구에서, 기만적 전략은 대개 자기 자신의 힘을 이용해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기만전술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자신의 힘을 쓸 필요가 없다. 중국인은 자신의 수단을 감추고, 권력자들의 일상을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습적인 행동과 기만술이 지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설 5. 중국의 강경파는 영향력이 미약하다.
마이크 필스버리는 1990년대에 클린턴 정부로부터 미국을 기만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 그리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에 관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미국의 정보자산, 미(未)발표 문건, 중국의 반체제 인사 및 학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중국어로 된 저작물을 면밀히 조사하고 검토하였다. 그 결과 1950년대 이후부터 중국이 미국에 심어준 거짓 정보들로 인해 미국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중국의 매파가 중국 지도부에 했던 건의들, 미국의 정책 입안자를 속여서 정보, 군사, 기술과 경제지원을 얻어냈던 사례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마오쩌둥에서 시작해 시진핑 정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강경파들은 줄곧 2049년(신 중국건설 100주년)까지 치욕의 세기를 설욕하고 경제, 군사, 그리고 정치적으로 미국을 추월해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열망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계획이 바로 ‘백년의 마라톤’이다. 이것은 공산당 지도부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그때부터 시행해왔던 계획이다. 과거 다른 나라에게 받았던 치욕을 되갚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