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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중국인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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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외관계를 설명하려고 하는 경우, 특히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경우, 중국이라는 국가 및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내재한 국제관계에 대한 고유한 사상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중국인들의 국제정치 사상 및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수천 년 동안 서양 국가들과는 독립된 상태에서 독특한 국제정치 체제를 형성해왔고, 그 독특한 국제체제의 종주국 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인간관, 사회관은 서양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다. 각 개인에게는 사회 속에서 자신에 맞는 합당한 지위라는 것이 있다. 서양이 인간관계의 수평적 면을 강조했다면 중국은 인간관계의 수직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친근함이 있어야 하고(父子有親), 왕과 신하 사이에는 의가 있어야 하고(君臣有義), 친구들 사이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朋友有信). 중국 전통사회의 인간관계는 위계질서라는 것이 분명하게 확립되어 있었다. 우선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순서라는 것이 존재(長幼有序),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달랐던(夫婦有別) 것이다.

 

 

 

이 같은 중국사회의 전통적인 인간관, 사회관은 유교사상(儒敎思想)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시대(春秋時代)말엽 공자(孔子)는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관계의 위계적(位階的) 질서를 주장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널리 전파되었고 후세 중국의 지도자들에 의해서 국가통치의 기본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처럼 중국인의 사회철학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유교사상은 한나라(, BC 202-AD 220)시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적 지위를 확립하게 되자 국제정치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중국인들이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과거 전통 시대 중국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이 우리가 과거 중국의 세계관(世界觀)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을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문명에 대해 세계 어느 문명보다 평화스러운 문명이며 그 결과 가장 오랜 기간동안 단일적인 문명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국시대는 궁극적으로 진()나라에 의해 통일되었고 진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이 되었다. 그러나 법가사상(法家思想)을 국가통치의 근간으로 삼았던 진나라는 오래가지 않아 멸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섰다. 동양의 강대국인 한나라는 유교사상을 국가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국제정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한나라는 유교사상에 근거한 위계질서와 조공, 책봉의 관계를 중심으로 국제정치 체제를 조직하여 중국적 국제정치 질서를 만들어냈다. ()나라에 의해 구축된 이러한 중국식 국제질서는 1842년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배당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국제평화의 조건

 

 

 

 

중국의 정치사상은 주로 전쟁을 옹호하기보다 평화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정치사상들 대부분이 춘추시대 말 이후 전국시대(戰國時代)라는 처절한 전란의 시기에 형성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다. 춘추시대는 전국시대에 비해 훨씬 평온한 시대였고 중국의 대사상가 공자는 춘추시대의 사회 및 국제질서를 그리워했다. ()나라를 정점으로 하고 다른 모든 나라들은 주나라의 아래에 위치한 나라로서 주나라가 정한 규율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처럼 국가들 관계가 평등이 아니라 위계질서가 확립되고 유지될 때 국제사회에 평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확립되었던 시대가 춘추시대였다. 이러한 위계질서에 따른 국제평화는 춘추시대가 끝나고 전국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중국인들의 마음에 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전국시대 동안 중국에는 춘추시대의 주나라와 같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위에 있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 전국시대 동안 중국의 모든 나라들은 덕이 아니라 힘에 의한 게임을 벌였다.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책략이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법칙이 되었다.

 

 

 

이때 국제정치의 최상위에 있는 나라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소위 자소사대(字小事大), 큰 나라는 작은 나라들 돌보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에 사대하는 경우에만 국제관계는 평화스럽다는것이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계의 모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