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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패권경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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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발달의 본거지가 된 곳은 미국이지만 미국을 근거로 해서 학문 활동을 벌인 학자들은 서유럽의 정치철학 전통에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이른바 1세대 현실주의 학자들은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스피크맨(Nicholas J. Spykman), 울퍼스(Arnold Wolfers), 스트라우스 휴페(Robert Strausz-Hupe),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등이 있다. 이들이 저술한 국제정치학 교과서들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약 20년 동안 간행된 국제정치학 교과서들은 거의 모두가 권력이라는 개념을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학 개념으로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모겐소 교수의 저서는 가장 유명한 국제정치학 교과서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치 현실주의의 바이블처럼 인식되었다. 모겐소 교수는 민족국가의 모든 행동은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된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 defined in terms of power)을 추구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았고, 국가들이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중엽 학문적 발달의 전성기를 이룬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은 국제정치학자들뿐만 아니라 지리학, 사회철학 등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 정치가, 외교관, 성직자들의 공헌에 의해서도 이론적, 실제적 근거가 더욱 강화되었다.

 

 

한스 모겐소 교수의 현실주의 6원칙

 

 

자타가 공인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1인 자는 한스 모겐소 교수다. 1904년 출생, 1980년 세상을 떠난 모겐소 교수는 합리적으로 결정된 국가이익, 권력, 세력균형, 무정부 세계에서 권력을 관리하는 방법 등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다양한 개념에 대해 그 누구보다 방대하고 정밀한 분석을 시도했다. 현실주의에 찬성하는 학자들이나 반대하는 학자들이나 모두 모겐소를 현실주의 논쟁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모겐소 교수의 현실주의 이론은 그가 제시한 여섯 가지 기본원칙으로부터 출발한다.

 

 

 

첫째 원칙 : 모든 정치현상은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는 객관적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모겐소는 훌륭한 정치이론은 논리적 측면과 경험적 측면의 양면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이론은 우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인 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 훌륭한 이론은 현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의한 실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제대로 된 이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겐소가 말하는 훌륭한 이론이 되는 과정을 국제정치학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유명한 이론 한 가지를 사례로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한다.

 

 

 

국제정치학의 가장 유명한 이론은 세력균형이론(balance of power theory)이다. 이 이론은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으며,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경우 평화가 온다라고 주장한다. A라는 나라가 100의 국력을 가지고 있고 B라는 나라가 200의 국력을 가지고 있을 때 A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자신의 국력을 B의 국력에 근접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A국은 스스로의 국력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다른 나라, 예로서 힘을 100정도 가진 C라는 나라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B의 위협에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력균형이론은 국가 간 힘이 비슷할 때 그 두 나라(혹은 두 진영) 사이에 평화가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이가정은 논리적으로 보아 타당하다. 힘이 비슷하면 전쟁할 나라가 상대방을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역으로 말해 두 나라 혹은 두 진영 사이의 힘의 관계가 불균형하다면 그 경우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이 비슷한 나라들이 오히려 전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 논리적 근거는 전쟁이란 여러 가지 평화적 수단이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마지막 상황에서 발발하는 것인데, 우선 협상이 결렬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나라 모두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상황은 나라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두 나라는 전쟁으로 빠져들 확률이 오히려 높은 것이다.

 

 

 

국가 간 힘의 균형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이론과 마찬가지로 국가 간 힘의 균형은 오히려 전쟁발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 같은 두 가지 정반대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는 이론에 접하게 되는 경우 어떤 이론이 보다 확실한 이론인가의 판단 기준이 바로 모겐소 교수가 강조하는 역사적 경험인 것이다. , 국제정치의 역사에 나타나는 현실에 대비시켜 봄으로써 어떤 이론이 보다 더 우수한 설명을 제공하는 가를 알 수 있다.

 

 

 

둘째 원칙 : 정치적 현실주의가 국제정치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심적 지표로 삼는 것은 권력(power)으로 정의되는 이익의 개념이다.

 

 

 

국제정치학은 국가이익과 국가권력에 관한 학문이다. 이 같은 권력 개념이 없다면 국내정치건 국제정치건 정치이론은 불가능하다. 권력개념이 없다면 정치적 사실과 비정치적 사실의 구분이 없어진다. 현실주의는 정치가들이 권력으로 정의되는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정치가들, 특히 강대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세계평화를 위해서 일한다고 말하지만 자국의 이익이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일한 사람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 현실주의는 정치가들이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되는 국가이익에 입각해서 행동한다고 가정함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의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취하거나 취할 행위를 되살펴보고 또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각 나라들의 외교정책을 논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두 가지 실수를 예방해 준다. 우리들은 어떤 국가의 외교정책을 분석할 때 그 나라의 동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우리가 가진 이데올로기에 의해 정책을 평가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는 특정 국가들의 진정한 동기를 알 수 없다. 히틀러에게 유화적 정책을 펼친 영국 수상 체임벌린의 외교정책은 아마도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인류에게 대재앙을 가져다주었다. 반면 처칠의 동기는 그 개인과 국가의 권력을 추구하는 편협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이 처칠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은 발발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발발했다고 하더라도 연합국들은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1980년대의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군비확장정책은 당시 수많은 지식인, 정치가들로부터 전쟁광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정책은 결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군비축소를 가능케 했고, 핵전쟁의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소련의 몰락을 가져왔다. 전쟁광이라고 비난받은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군축을 이룩한 사람이 된 것이다.

 

 

 

처칠이나 레이건의 정책은 숭고하지 못한 동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비난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정치가들의 외교정책보다 도덕적, 정치적으로 확실히 나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물론 정치적 현실주의는 정치적 이상과 도덕적 원칙에 대해 무관심하라고 말하지 않으며, 무관심함을 묵과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주의는 바람직한 것과 가능한 것을 엄격히 구별 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원칙 : 현실주의는 권력이란 이름으로 정의되는 이익이라는 중심개념을 보편타당한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그 개념의 의미가 고정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현실주의자들은 인간과 국가의 이익관계가 국내정치 혹은 국제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막스 베버(Max Weber)사상이 아니라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이해관계가 인간행동을 직접 지배한다. 하지만 사상 때문에 생긴 이 세계에 대한 이미지가 자주 다양한 이해관계의 활동을 결정하는 변수로서 역할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현실주의자들은 이해관계야 말로 정치적 행위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구적 기준이라고 믿고 있지만, 오늘날 민족국가들과 그들의 이익관계는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현실주의자들은 과거를 형성했고, 앞으로 미래를 형성할 영구적 힘을 잘 사용함으로써 현재 세계의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법칙을 가진 정치적 현실을 추상적 생각으로 부딪혀서는 개혁시키지 못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넷째 원칙 : 현실주의는 정치적 행위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실주의자들이 도덕적 사안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현실주의자들은 개인과 국가의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도덕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세계가 망할지라도 정의를 실현하자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가가 자신이 이끄는 나라가 망할지라도 정의를 실현하자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과 국가 모두 자유와 같은 보편적, 도덕적 원칙에 의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그러한 도덕원칙의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도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국가는 자유의 침해라는 도덕적 비난이 국가의 존립이라는 도덕적 원칙을 능가하도록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다섯째 원칙 : 정치적 현실주의는 특정 국가의 도덕적 열망과 세계를 지배하는 도덕법칙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들은 자기 나라가 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한다. 특히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믿음, 자신들의 외교정책 행위들을 마치 인류의 보편적,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정당화 시킨다. 정치적 현실주의는 권력으로 정의되는 이익개념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주장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도 아니다.

 

여섯째 원칙 : 정치적 현실주의와 기타 학파의 차이는 현실적이고 뚜렷하다.

 

 

 

정치적 현실주의자는 정치적 영역의 독자성을 강조한다. 현실주의자들은 권력으로 정의되는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본다. 도덕주의자들은 이 정책이 도덕적 원칙에 일치하느냐를 묻는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주의자들은 이 정책이 국가의 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How does this policy affect the power of the nation?)를 묻는 것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