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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동향] 중국 경제 현황, "중국 발(發) 제조 4차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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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경제는 내수(소비), 수출, 투자를 통해 성장한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악화되자 중국의 수출 길도 막혔다. 하루 세끼 먹던 것을 갑자기 여섯 끼를 먹을 수는 없으니 내수로 성장을 도모하기도 어려웠다.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은 인민과 한 약속을 철통같이 지킨다. 내수와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경제성장 약속을 지키고자 시작한 것이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였다.

 

 

정부가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퍼붓자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자금으로 엄청난 물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 전 세계에 팔았다. 중국의 철강과 비료 생산량이 전 세계의 70%에 달할 정도였다. 기업은 위기를 모르고 몸집을 불렸다. 생산 설비를 늘리고 고용을 늘려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세계 경제는 중국의 막대한 원자재 수요와 저렴한 상품 공급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았다.

 

 

글로벌 경제가 안정되자 중국 경제에 위기가 닥쳤다. 생산력에 비해 중국의 소득과 소비 수준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과잉생산은 재고로 남았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저가 경쟁을 하다 보니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어 공장이 줄도산했다. 시장 원리로는 망해야 할 기업이 정부의 투자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2015년 철강 산업의 가동률은 74%에 불과하였고, 석탄 기업 중 31%가 적자 상태였다. 중국 정부는 철강, 석탄, 알루미늄, 시멘트, 평판유리 등 공급과잉이 심한 5개 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3년 이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유기업을 좀비 기업으로 규정하고 청산을 선언했다. 에너지, 환경, 품질, 안전 등을 일정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적자 상태에 빠진 공급 과잉 업종 기업은 폐업하거나 분리 매각하였다.

 

 

중국의 금융 산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수요가 빠르게 혁신할 수 있었다. 반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제조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중국이 인건비 상승과 성장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동안 제조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신흥국 생산과 선진국 소비, 신흥국 제조와 선진국 서비스라는 국가 간 분업 구도를 붕괴시키고 있다.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그리고 중국으로 이전됐다. 기술 선진국은 신흥국이 저가로 추격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내놓아야 한다. 혁신 기술은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신흥국이 쫓아오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인공지능, 디지털 제조, 공업용 로봇, 3D 프린트 등 생산 최적화 기술이 제조업에 적용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다 키워 놓은 산업을 선진국이 신흥국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봇이 일하는 무인 공장을 만들면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는 높아지지만 로봇의 생산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앞세워 제조업 부활에 나섰다.

 

 

더 좋은 기술, 더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갖게 된 선진국은 부가가치를 독점했다. 기술은 양극화를 심화 고착화하고, 한 번 개도국은 영원한 개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건비 경쟁력이 사라지자 중국은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나아갔다. 20155월 중국 정부는 제조업을 노동집약의 전통 산업에서 기술 집약의 스마트 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선언했다.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제조업에 인터넷을 융합해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인터넷+인더스트리에 중점을 두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미래 제조업의 중요한 뼈대가 되었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는 독일 정부가 2013년에 발표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독일이 자동화 3.0에서 디지털화 4.0으로 진화하는 반면, 중국 제조업은 아직 전기화 2.0과 자동화 3.0 사이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제조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힘든 숙제를 해야 한다.

 

 

중국은 생산량으로는 세계 1위의 제조 대국이지만, 스마트 산업의 뼈대가 되는 핵심 기술력은 제조 강국과 격차가 크다. 2015년에 중국 국무원은 중국 제조업 기술 수준이 미국, 독일, 일본에 비해 부문별로 5~10년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뒤처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시장을 주고 기술을 얻은 전략을 썼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100년의 시간을 100배의 시장과 맞바꿨다. 다국적 기업도 중국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과감하게 이전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디지털화의 선두주자인 독일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 분야 협력에 합의하고, 산업협력, 표준화 구축, 시범 단지 운영, 인재 양성 등에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 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인수 합병으로 첨단기술, 노하우, 브랜드, 해외 영업망을 단숨에 확보해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경쟁자를 추월하면서 과잉생산을 돌파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자원 보유국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인수 합병이 기술 선진국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중동, 아프리카 등 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인수 합병은 1/5로 감소한 반면, 기술이 앞선 북미와 서유럽 지역은 3.5배 늘었다. 중국의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인 JCET2015년에 싱가포르의 스태츠칩팩을 78천만 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다.

 

 

차세대 3D 패키징 기술을 보유한 스태츠칩팩은 2,000여 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의 선두주자이다. JCET가 매출과 자산 규모가 2배나 큰 회사를 인수하기까지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인수를 통해 JCET는 기술, 생산라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하이테크 고객사를 단번에 얻었다. 인수 후 JCE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에서 9.8%로 급등해 세계 3위 반도체 패키징 회사가 되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선진국 기술기업을 인수하는데 대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정부들이 중국 자본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시장은 각종 장벽을 높이 쌓아 올려 막으면서도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외국의 첨단기술 기업 인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분석한 독일 베텔스만 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투자의 3분의 2가량은 중국 정부의 차세대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핵심 10개 분야에 해당됐다.

 

 

중국이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등 첨단기술 기업과 기간산업 M&A에 까지 손을 뻗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국제사회가 차이나머니에 퇴짜를 놓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거부 움직임이 가장 거세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모바일 결제 업체 마이진푸(蟻金服·Ant financial)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엑세라가 중국 후베이신옌(湖北炎) 자산투자 컨소시엄과 맺은 M&A 계약도 파기했다. 2018년 초 무역 제재의 하나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와 미 기업 간 거래를 중단시켜 영업 활동을 제한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AT&T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정지 신호를 보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규모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던 호주 정부는 기간산업이 중국 기업에 의해 붕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2016년 전력업체 오스그리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신청을 거부한 데 이어 목장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을 거부했다. 영국도 20158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보류시켰다.

 

 

독일은 201861일 독일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국 옌타이타이하이(煙臺泰海)의 정밀 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불허했다. 직원 200명 규모인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은 항공우주와 원자력 산업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안보 관련 업체다. 독일 정부 소유의 독일재건은행(KfW)도 벨기에 기업 엘리아로부터 전력회사 50허츠 지분 20%를 사들였다. 중국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SGCC)50허츠 지분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독일은 앞서 20181월 자국 산업 로봇업체 쿠카에 대한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美的)M&A를 승인했다. 독일의 첨단기술 유출로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독일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구애 공세를 펼치는 바람에 글로벌 최대 로봇업체인 쿠카의 중국행을 승인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 크리스티안 드레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민간 기업으로 보이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면서 중국의 유럽연합(EU) 투자는 활발하지만 반대로 EU 기업의 중국 진출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