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하라(大衆創業 萬衆創新)”. 2014년에 리커창 총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쌍창(雙創) 정책이 2015년 중국 경제 발전 방침으로 격상되면서 혁신 창업은 중국인 모두의 화두가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 더욱 많은 사람이 창업에 나서도록 권장하라”고 지시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신 성장 동력이 국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 따라 특히 기술 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1억 명의 창업자를 키운다는 중국 정부의 담대한 목표 아래, 2017년 현재 중국에서는 하루 평균 1만 5천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창업할 때 필요한 기술과 인력, 자원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창업비용을 낮추고 있다. 기술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이전 버전의 기술은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차용해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창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거대 내수시장에서 성공해 거부가 된 롤모델들이 청년들을 창업 세계로 끌어당긴다. 중학교 시험에 세 번 떨어지고 대학 입학시험에도 세 번 떨어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만들어 30조 원의 거부가 된 이야기는 중국의 청년 창업가들에게 전설이 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미국은 P2P대출(개인 간 대출)업체가 100곳을 넘긴 적이 없지만, 중국은 2,000~3,000개 P2P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2016년에 중국에서 이뤄진 벤처 투자는 402억 달러로 한국보다 22배 더 많지만, 투자를 받기 위한 경쟁률은 1,501대 1로 한국의 278대 1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시장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극심하고 생존율이 낮아,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업체는 세계 시장을 이끌 만큼 강력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독과점 지위를 누린다. 미국의 아마존은 시장 침투율 50%에 이르는데 14년이 걸렸지만, 중국의 알리바바 타오바오왕은 9년이 걸렸다. 미국 1위 메신저 왓츠앱은 침투율이 50%가 않되지만, 중국 1위 메신저 위챗은 3년 만에 50%를 달성했다.
중국의 창업 육성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아래, 각 지방정부가 지역 특색을 살린 지원 정책을 확대하면서 전국 단위로 이루어진다. 특히 베이징, 선전,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톈진, 쑤저우, 주하이 등 창업 거점 지역에 창업이 쉽게 일어나고, 창업이 크게 성공하도록 돕는 인프라를 집중 배치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4차산업 소프트웨어의 중심, 베이징
베이징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이 있다.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오포, 디디추싱 등이 중관춘에서 탄생했고, 2014년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98개 기업이 중관춘에 입주해 있다. 또한 창업기업, 창업 협력 대학과 연구소, 벤처캐피털, 협력 대기업, 창업지원 기관, 미디어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거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연구하고, 개발한 신기술을 상업화하는데 탁월하다.
중관춘의 가장 큰 강점은 우수한 인력 기반이다. 중관춘에는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중국과학아카데미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우수 인재 영입 정책을 통해 중관춘으로 귀국한 인재가 1만 8천명이다. 기술을 보유한 청년에 대한 적극적인 인재 유인책으로 중관춘 입주 기업 임직원의 46.5%가 30대 미만으로 젊다. 서점 거리였던 곳에 창업카페가 잇따라 생겨나자 2014년에 중관춘 관리위원회는 창업 거리를 조성했다.
투자도 넘쳐난다. 연간 6조 원대의 투자금이 중국 안팎에서 쏟아진다. 중국 전체 창업 투자금의 1/3이 베이징 중관춘에 집중된다. 중관춘 관리위원회는 기술력은 있지만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가 어려운 스타트업을 위해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13억 위안 규모의 엔젤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중관춘에서 성공한 기업은 중관춘 내 후배 벤처에 투자한다. 레노바 계열의 벤처캐피털사인 레전드 캐피털은 3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며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4차산업 하드웨어의 중심,선전
짝퉁의 대명사였던 선전이 글로벌 이노베이션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 BYD가 선전에 있다. 인터넷, 드론, 신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이 선전 지역 총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 8.5명 당 1명이 창업가이다.
베이징 중관춘이 소프트웨어 창업의 중심지라면, 선전은 하드웨어 창업의 중심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짝퉁 생산 제조기반이 자리 잡으면서 선전은 짝퉁의 본산으로 통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선전의 부품 조달력과 소규모 생산 환경에 전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공장, 부품 공급상, 유통 시스템 등 제조업 공급망이 발달해 최단 기간에 시제품 제작, 테스트,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 상가 밀집지역인 화창베이에서는 구할 수 없는 부품이 없고, 미국보다 10배 빠른 시간에 10배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구할 수도 있다. 선전 외곽지역에는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소규모 공장이 즐비하다.
창업 생태계도 완벽하다. 하드웨어 창업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시드 스튜디오, 핵스, PHC 인터네셔널 등이 있으며, 선전시는 기술 창업 기금, 네트워크, 창업 공간 등을 제공한다. 금융기관, 투자 기관, 창업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트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한다.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 증권거래소가 자리해 성장 기업의 상장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화창베이 일대에는 스페인, 영국, 미국, 이집트, 인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기술 창업을 꿈꾸며 온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원하는 부품을 언제든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외국인에 대한 텃세와 규제가 적어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몰려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핵스는 선전이 중국 4차 산업혁명의 중심 거점이라고 판단해서 본사를 선전으로 옮겼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선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